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03-30 00:10
관리 메뉴

zyint's blog

110607화 - 어.. 그래. 어. 어? 아냐아냐 듣고있어. 본문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사랑을 말하다

110607화 - 어.. 그래. 어. 어? 아냐아냐 듣고있어.

진트­ 2013. 1. 30. 15:25

"어.. 그래. 어."

"어? 아냐아냐 듣고있어."

"아.. 어.. 어.. 내일이나 모레나..."


아까부터 TV속 걸그룹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 전화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고있는 남자.

전화기 저쪽의 여자는 결국 버럭 하고 맙니다.

"그래서 언제라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 야!!"


그제야 정신을 퍼뜩 차린 남자가 다시 전화기로 돌아옵니다.

"아.. 미안미안. 내가 잠깐 딴 생각하느냐고. 내일 중요한 일이 있어가지고..."


변명이라고 하는 말도 참. 일곱살 띵똥에게도 안먹힐 말이 여자친구에게 통할리가 없죠.

"중요한일 좋아하시네. 또 누군데? 애프터스쿨? 시크릿? 시스타?"

"아니야.. 내가 뭐 그리 어린... 아우~ 야 나 그런사람 아니야. 너 나 알잖아"


알죠. 잘 알아서 여자는 그냥 웃고 맙니다.

"됐어 됐어, 그냥 실컷 봐. 어쩌겠니 너도 이제 아저씨인데. 아휴.. 아저씨들이 다 그렇지 뭐"


이 너그러운 대꾸. 이번에는 남자가 오히려 마음이 상합니다.

"야. 내가 아저씨면 너는 뭐 아줌마냐? 너도 벌써 서른 셋이거든?"


그래도 여자는 여유만만. 

"아이구 쭈쭈. 10까지 밖에 못세는줄 알았는데. 그세 많이 늘었네?"

그러더니 헤헤 웃기까지.


"아 웃고 난리야? 나같으면 전화기 던지고 난리났을텐데... 이젠 질투도 안해?"



두 사람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었겠죠. 

길 묻는 웬 여자한테 친절하게 길을 알려줬다는 이유로 2박3일동안 빌어야 했던 날들.

길에서 우연히 아는 오빠를 오빠라고 불렀단 이유만으로 죄없는 전봇대를 걷어차고 발등에 시커멓게 멍까지 들었던 날들.

이젠 그만 만나자는 한마디에 세상 소주를 다 마시고 십이지장까지 토할뻔 했던 날들

이젠 그런날들은 다 가버린건가.

질투하지 않는 여자친구 때문에 기분이 묘해진 남자.


전화기 저쪽에서 다시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하고 좋은거같아 그치?

"뭔소리야? 늙는게 좋아?"

"아니, 네가 점점 달라지는 것도 신기하고, 달라진 네가 점점 좋은것도 신기하고. 나는 네 수업 다 빼먹고 내 과제 대신해주던 네가 참 좋았거든. 저녁만되면 집에 안보낼려고 별별 핑계 만들던 너도 좋았고. 근데 지금은 내일 걱정해서 술 좀만 마시는 네가 좋아. 아파도 꾸역꾸역 출근하는 네가 좋고. 다른 아저씨들 처럼 걸그룹 보면 정신 못차리는 그런 너도 좋아. 우리 그렇게 지내면 될거같지 않아? 너는 걸그룹 보며 침흘리고, 나는 독고진 보며 침흘리고 서로 쯔쯧쯨쯧 하며 침닦아주고. 그러다가 가끔 찌르르... 하기도 하고."


여자의 말들에 맘이 사르르 풀리던 남자.

다만 딱 한단어가 걸립니다.

"그래도 좋네, 근데 너 독고진 좋아하는구나. 아이고 난 그냥 별로던데. 몸은 좋더라. 몸은 근데 그냥 껍데기잖아."


세상엔 항상 예쁘고 멋진 것들이 많으니까. 사람들은 예쁘고 멋진것들을 좋아하니까.

하지만, 화려하고 멋진 불꽃놀이를 구경했던 어느 밤. 

내게 오래도록 남은 기억은 내손에 닿았던 그대 체온.

오래남는 따뜻함. 


사랑을 말하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