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그래. 어."

"어? 아냐아냐 듣고있어."

"아.. 어.. 어.. 내일이나 모레나..."


아까부터 TV속 걸그룹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 전화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고있는 남자.

전화기 저쪽의 여자는 결국 버럭 하고 맙니다.

"그래서 언제라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 야!!"


그제야 정신을 퍼뜩 차린 남자가 다시 전화기로 돌아옵니다.

"아.. 미안미안. 내가 잠깐 딴 생각하느냐고. 내일 중요한 일이 있어가지고..."


변명이라고 하는 말도 참. 일곱살 띵똥에게도 안먹힐 말이 여자친구에게 통할리가 없죠.

"중요한일 좋아하시네. 또 누군데? 애프터스쿨? 시크릿? 시스타?"

"아니야.. 내가 뭐 그리 어린... 아우~ 야 나 그런사람 아니야. 너 나 알잖아"


알죠. 잘 알아서 여자는 그냥 웃고 맙니다.

"됐어 됐어, 그냥 실컷 봐. 어쩌겠니 너도 이제 아저씨인데. 아휴.. 아저씨들이 다 그렇지 뭐"


이 너그러운 대꾸. 이번에는 남자가 오히려 마음이 상합니다.

"야. 내가 아저씨면 너는 뭐 아줌마냐? 너도 벌써 서른 셋이거든?"


그래도 여자는 여유만만. 

"아이구 쭈쭈. 10까지 밖에 못세는줄 알았는데. 그세 많이 늘었네?"

그러더니 헤헤 웃기까지.


"아 웃고 난리야? 나같으면 전화기 던지고 난리났을텐데... 이젠 질투도 안해?"



두 사람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었겠죠. 

길 묻는 웬 여자한테 친절하게 길을 알려줬다는 이유로 2박3일동안 빌어야 했던 날들.

길에서 우연히 아는 오빠를 오빠라고 불렀단 이유만으로 죄없는 전봇대를 걷어차고 발등에 시커멓게 멍까지 들었던 날들.

이젠 그만 만나자는 한마디에 세상 소주를 다 마시고 십이지장까지 토할뻔 했던 날들

이젠 그런날들은 다 가버린건가.

질투하지 않는 여자친구 때문에 기분이 묘해진 남자.


전화기 저쪽에서 다시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하고 좋은거같아 그치?

"뭔소리야? 늙는게 좋아?"

"아니, 네가 점점 달라지는 것도 신기하고, 달라진 네가 점점 좋은것도 신기하고. 나는 네 수업 다 빼먹고 내 과제 대신해주던 네가 참 좋았거든. 저녁만되면 집에 안보낼려고 별별 핑계 만들던 너도 좋았고. 근데 지금은 내일 걱정해서 술 좀만 마시는 네가 좋아. 아파도 꾸역꾸역 출근하는 네가 좋고. 다른 아저씨들 처럼 걸그룹 보면 정신 못차리는 그런 너도 좋아. 우리 그렇게 지내면 될거같지 않아? 너는 걸그룹 보며 침흘리고, 나는 독고진 보며 침흘리고 서로 쯔쯧쯨쯧 하며 침닦아주고. 그러다가 가끔 찌르르... 하기도 하고."


여자의 말들에 맘이 사르르 풀리던 남자.

다만 딱 한단어가 걸립니다.

"그래도 좋네, 근데 너 독고진 좋아하는구나. 아이고 난 그냥 별로던데. 몸은 좋더라. 몸은 근데 그냥 껍데기잖아."


세상엔 항상 예쁘고 멋진 것들이 많으니까. 사람들은 예쁘고 멋진것들을 좋아하니까.

하지만, 화려하고 멋진 불꽃놀이를 구경했던 어느 밤. 

내게 오래도록 남은 기억은 내손에 닿았던 그대 체온.

오래남는 따뜻함.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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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부러운 사람이 참 많습니다. 나보다 잘생긴사람. 나보다 공부잘하는 사람.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 

그게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걸 갖고 있는 사람.

그렇게 부러운 사람들을 하나하나 헤아리다 보면 문득, 나는 가진게 없는 초라한 사람이 되곤 하죠.


그런데요, 생각보다 우린 참 많은걸 갖고 있습니다. 

그중엔 한 때 내가 부러워했거나 간절히 원했던 것도 있죠.

다만 지금은 그때처럼 절실하지 않을 뿐 입니다.

왜 욕심이라는게 그렇잖아요. 내것이 아니었을 때에는 그저 부럽고 갖고 싶고 끝없이 동경하게 되는데

그런데 막상 내것이 되고 나면 금방 시시해지고 다른것도 뭐 없나 마음이 돌리게 되고

내일보다는 지금이 중요하다고, 뭐든이 있을 때 잘해야한다고 버릇처럼 되새기지만, 

마음을 가득채운 욕심은 우리의 눈과 귀를 자꾸 가려서 많은 것들을 떠나보냅니다.

한때는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사랑마저도.

FM음악도시 성시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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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주 가끔 내게 전화를 걸고

내가 받을 시간도 주지않고 전화를 끊지 


몇초간 울리다가 끊어지는 그 벨소리가

내게 남겨준 희망인건지 아니면 내게 주는 벌인지

난 아직 그것도 몰라 


그때

모른척 놓아버렸던 순간

괜찮다, 이해한다 말하던 네 말을 다 믿는 척 하며

울음보다 더 가여웠던 네 표정을 못본척 하며

설마 내가 너 없이 못살진 않겠지

못된 마음으로 돌아섰던 그 순간

그때가 가슴에 얹혀서

나는 자다가도 마음이 아팠어


그런 새벽 몸을 일으켜 생각을 하면

마음만큼 머리도 아팠지


세탁소 옷걸이들 처럼

하나를 당기면 엉켜있던 다른것들가지 쏟아졌어

너를 만나고 싶다' 그 한가지 생각을 끌어내면

묻어놨던 다른 생각들이 우르르..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결국 풀리긴 할까

우린 너무 다른데,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달라질 수 있을까

누군가와 이야기 해보고 싶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사람

생각나는 사람은 너밖에 없었고 


너는 아주 가끔 내게 전화를 걸지

받을 수도 없지만 전화가 끊어질때까지 꼼작할 수도 없어

지금 막 끊어진 이 벨소리가 희망인건지

아니면 내게 주는 벌인지 난 그것도 몰라


하지만 내가 너였다면

그렇게 나쁘게 떠난 나한테 전화를 걸었을까

내가 정말 밉다면

다시 보고싶지 않다면 너는

전화하지 않았을 거잖아 


나는 오늘 너한테 전화를 하려고 해

안녕 나야'

그러곤 나 아무 말도 못할거야

너는 뭐라고 대답할까


받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나는 걸어보려고 해 


-


안녕 나야

미안해

그동안 아무 답도 준비 못했어

엉켜있는 옷걸이들 다 들고 여기로 왔어

나는 그냥..

네가 너무 보고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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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표류한 로빈슨 크루소우가 정신을 차리고 가장 먼저 깨달은건 자신이 시간을 잊은 채 살고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벽에 표시를 하죠. 한달이 지났는지 일년이 지났는지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영원이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것만 같아서.

길었던 연휴가 쭉 이어진 하루처럼 느껴지는 지금. 우리는 시간이 잊은 채 살아온 로빈슨 크루소우의 심정이 됩니다.

"뭐야. 벌써 연휴가 끝난거야? 난 그동안 뭐한거지?"

그리고 깨닫게 되는 더이상 이곳에 머무를 수 없다는 현실은 후회로 몰려들죠.

"아~ 어디가서 좀 가까운데라도 여행이라도 갈걸."

"못 읽은 책이라도 읽을 걸"

"대청소라도 할 걸"

연휴는 아무리 좋아도 영원히 머무를 수 없는 무인도입니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육지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겠죠.

저 앞에 뗏목은 이미 준비되어 있구요, 무엇을 싣고 가든 우리는 무사히 내일로만 도착하면 되는 겁니다.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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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블로그, 요즘에는 뭐 SNS까지 저마다의 생각이나 마음을 내보일 곳이 참 많아졌습니다. 

기쁠 때, 슬플 때, 힘들 때, 외로울 때, 툭하고 떠오른 자신의 생각을 일기처럼 적어서 띄우면 사람들이 그 글을 읽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그렇다면 그 글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일까요? 타인에게 하는 말일까요?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소통의 창구는 점점 많아지는데 사람들은 점점 더 외로워지는거 같다고.

이런게 아닐까 싶어요.

자기 마음을 말하는 사람은 너무 많은데, 그 마음을 귀귀울여 들어줄 사람이 없는거죠.

누군가 들어줬으면 바라는데, 아무도 듣지 않아서 허공을 떠오르는 말들. 

그것보다 외로운게 또 있을까요?


한 마디, 한 마디 그 말에 적힌 마음들을 귀 귀울여 듣겠습니다.

FM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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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알고있습니다. 뭔가 얻으려면 인내는 필수라는 것.

치킨, 족발, 떡볶이, 순대 생각이 간절해지는 이시간

그것들을 외면하는 고통을 인내하지 않으면 날씬한 몸매를 가질 수 없구요.

토요일밤 놀고싶은 유혹을 참고 끈덕지게 책상에 붙어있는 사람만이 좋은 성적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도.

사랑도 참고 기다리는 시간이 반이라는 것도. 


압니다.

다 아는데, 왜 우리는 인내하지 못하는걸까요?

왜 이시간 야식집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는 걸까요?


원했지만 가지지 못한 것들 

뭐 이를테면 좋은 성적, 좋은 몸매, 꿈, 사랑 ... 그밖에 또 무엇이든

우리가 그것을 갖지 못한 이유는 여기있습니다. 인내하지 못하고 포기했기 때문에. 

인내하는 시간은 그것이 우리게에 얼마나 소중한지 끊임없이 묻습니다. 그래서 괴로운거죠.


자, 금쪽같은 토요일 밤. 두시간을 기꺼히 내줄 만큼 소중한가요?


FM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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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평소에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에 아마 이것도 있을겁니다. 

"오늘 뭐먹지?"

매일 똑같은 고민을 하지만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죠. 단순히 메뉴로만 보자면 한달전에도 일년전에도 먹었던 것들을 돌아가면서 먹고있는 거니까.


누가 뭘 위해 사느냐고 물으면 우스갯소리고, 뭐 먹기위해 산다 그러기도 했는데,

그러보니까 뭐 대단한걸 먹고사는 것도 아닙니다. 아둥바둥 살든, 대충대충 살든 먹는건 다 거기서 거기. 별반 다르지 않죠.

하지만, 똑같은 음식이라고 다 똑같진 않습니다. 하루가 너무 고되게 느껴지던 날, 엄마가 보글보글 끓여주시던 된장찌게.

비가 쏟아지던 밤에 그녀와 함께 먹었던 두툼한 파전처럼, 혀끝이 아닌 마음으로 맛이 느껴지던 그 음식들은 늘 먹던거랑 확실히 다르잖아요.

중요한 것은 그 무엇이 아니라 그 무엇을 둘러싸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 매일 다르게 그려가는 우리들의 밤. 

FM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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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막 시작해서 아직은 모든게 얼떨떨할 때, "아 내가 진짜 연애를 시작했구나"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죠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고 혼자 돌아오는 길. 이제 나도 지켜줘야 할 사람이 생긴거구나 싶을 때.

거리를 지나가다가 괜찮은 여자가 있는데 '아 맞아맞아. 이제 다른여자 못만나지'

체념하게 될 때, 그 기분좋은 책임감과 싫치않은 구속감. 그게 연애인데 말이예요.



어제 방송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딱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 막 시작된 연애를 실감하게 되는거죠.

아. 내가 이걸 또 시작해버렸구나. 나에게 더이상 밤의 자유가 없구나. 연애도 못하겠네' 

뭔가 철컥하고 발목에 채워진 기분.

근데요 싫지 않았습니다. 좋더라구요. 사실 연애도 구속 받을거 알면서 구속받고 싶어서 하는거잖아요. 기꺼이 구속받겠습니다.

FM음악도시 성시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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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들은 종종 이런 다짐을 합니다.

   "야~ 누가 생기기만 해봐라. 내가 진짜, 진짜 잘해줄거야"

괴테가 그랬다죠.

사막에 사는 사람이 생선을 먹지 않겠다고 결심하는것이 무슨 소용인가.


사실 뭐,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습니다.

마치, 있지도 않은 여자친구한테 '잘해줘야지' 하고 다짐하듯이 할수도 없으면서 나중에 라는 이름으로 마음속에 쌓아둔 말들.


솔직히 그중엔 군대 얘기도 좀 있었구요.

그동안 제 마음이 어땠는지 구구절절 늘어놓고 싶기도 했습니다. 

근데요. 막상 그 나중이 되고보니까 그 말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음속에 남아있는건 이 한 마디 뿐이네요.


   "고맙습니다.

   그자리에 있어줘서."


자, 우리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건네는 그런 어색한 인사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제만난 우리처럼.


FM음악도시 성시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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