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40분, 50분

책을 읽다가 커피 한모금을 마시고, 전화기를 확인해보고

어쩐지 근심스러운 얼굴을 한 여자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시간, 한시간 반, 두시간

여자가 짧지않은 소설을 반도 넘게 읽었을 즈음

마침내 카페 안으로 남자가 숨차게 들어섭니다

"아구 미안해 많이기다렸지 미안. 막 나오려는데 갑자기 연락받아가지고 안가볼 수 없었어"


"친구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말에 급히 병원에 다녀오느라..."

약속에 많이 늦어버린 남자는 너무 오래 기다린 여자에게 미안해서 어쩔줄 모릅니다.


"무슨소리야, 당연히 가봐야지. 더 같이 있어야하는데 나때문에 온거 아냐? 안그래도 되는데"


"아냐아냐, 친척들도 오시고 해서..."


대답을 하다 말고, 여자의 마음이 고마워 그 손을 꼭 잡아보는 남자.

잠시 그렇게 말없이 손을 잡고 있던 두 사람

이윽고 남자가 잡고있던 여자의 손 위로 다른 한 손을 덮으며 

부쩍 생각이 많아진 목소리로 그럽니다

"우리 부모님한테 잘하자"

남자의 말에 여자는 응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우리도 건강하고..."

여자는 또 고개를 끄덕끄덕


"여기 너무 오래있었지? 나갈까? 너 배안고파?"

남자의 말에 여자가 조금 웃으며 그럽니다.


"사실은 배가 좀 고파"

"아, 내가 나쁜놈이다. 여자친구 배고플때까지 기다리게 하고."


거리를 나란히 걸으며 몇분쯤 메뉴를 고민하다가

우리집 밥상'이라는 이름도 정겨운 식당으로 들어간 두 사람

따뜻한 공기밥과 뜨끈한 찌개가 앞에 놓이고


"우와 맛잇겠다!"

배가 고팠던 여자는 한 숟가락 소복히 밥을 푸고

남자는 그 위에 반찬 하나를 올려주고

문득 남자가 그런 이야길 꺼냅니다


"너 부모님은 다 건강하시지?"

"응, 근데 엄마가 혈압이 있는데 자꾸 약먹는걸 깜빡해. '얘 내가 약 먹었니?' 뭐 그런거 우리한테 물어보고 막..."

"그래? 혈압약은 꼬박꼬박 먹어야 된다는데..."


그리곤 다시 밥을 몇숟가락 먹던 남자

문득 반가운 표정이 돼서 그럽니다.

"아~ 그래, 그거 사드려. 그 월화수목금토일 적혀있는 길쭉한 약통 있잖아. 천원마트에서도 다 팔던데. 우리 밥먹고 그거 사러갈까?"


남자의 말에 

"응. 좋아. "


대답을 하고 오물오물 밥을 먹던 여자

어떤 생각 끝에 새삼 뭉클해져서 한번 더 작은 목소리로 말해봅니다.

"좋아. 너무너무 좋아"


20년도 넘게

30년도 넘게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던 그대

하지만 어느새 부모님만큼이나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

그리고 이제는 내 부모님까지 걱정해주는 사람

그대는 내게 그런사람이네요

고맙습니다.

나도 잘할게요.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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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너는 생각하겠지?

그래봤자 내일이면 난 또 네 옆에 있을거라고.

나 원래 힘든데 네가 말하면 나와줄거라고

하지만, 이번엔 아닐거야.

너한테 가끔 네가 필요한거 알아.


"너 밖에 없다." 

그런말은 참 듣기 좋았지.

그게, 매일 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네가 왜 외로운지 몰라.

내가 필요 없을 때 난 네가 뭘하고있는지 몰라.

다른 어떤사람과 있는건지, 그럴 땐 어떤 얼굴인지.

너도 나처럼 집에 혼자 있는건지.


넌 그래서 내가 좋았겠지.

아무것도 모르고 필요할 때 있어주니까.

내가 그 역할에 만족할 수 있었다면 그것도 좋았을텐데.

난 그럴수가 없었어.


"너도 친구들도 만나고 그래."

며칠전 네가 그렇게 말했을 때 

그래서, 

"아냐 난 너만 있으면 돼"

내가 농담처럼 대답했을 때 

네 표정을 기억해


낼수없는 짜증을 억누르던 얼굴

"난 네가 필요해. 하지만, 내 생활속에 들어오는 건 정말 싫어"

넌 그 때 온 얼굴로 말하고 있었어.


너는 지금 왜냐고 묻지만 

이런 이야길 다 할 순 없잖아. 그러니 그냥 여기서 그만.

너도 설명한 적 없으니까. 내것도 이해해봐.

나한테도 외로움이 있어.

누구에게나처럼.


아픈 다리를 끌고 오래오래 걸음을 걷다가 목이 너무 말라 

길 가운데 멈춰선다.


뒤돌아 보면 나보다 더 지친 얼굴로 뒤따르던 내 마음이 조금 놀라 나를 쳐다본다.

"이제 그만 쉴까?"

"이제 그만 놓을까?"


내 마른 목과 지친 마음은 그렇게 너를 놓아 보내기로 한다.

그럼 안녕.

내 고단했던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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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화 그렇게 많이 했는지도 몰랐어.

나는 네가 안받으니까.


네가 왜 그렇게 싫어하는 지

지금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 지 다 알겠는데.

아까는 그런 생각을 못했어.


이상하다. 전화를 왜 안받지?

무슨 사정이 있나?

아닌데. 그래도 이렇게 계속 안받을 리가 없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거 같다는 생각..


사고가 났나?

지난번처럼 핸드폰을 어디다 흘렸나?

나쁜 사람이 그걸 주운 건 아닐까?

혼자서 받으러가면 안되는데...


생각해보니까

난 네가 사는 집도 모르고, 네 친구들 번호도 모르더라.

왜 그런 것도 안 알아놨을까?

정말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면 내가 닿을 수 있는 건 핸드폰 밖에 없는데.


10통도 넘는 부재중 전화.

그런 걸 싫어할 수도, 무서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아까는 못했어. 미안해.


그렇지만 넌 그런 적 없었어? 한번도?

생각이 멎은 것처럼, 미친 사람처럼 전화기에 매달려 있는 거.

넌 정말 그런적 없었어?


그건 아닐꺼야.

너한테는 지금이.. 내가.. 그렇지 않은 거겠지.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

네가 그런 눈으로.. 그렇게 싫어하는 눈으로 나를 보면.


난 네가 너무 좋거든..

좋아서.. 그렇게 잠깐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그랬었거든...


하... 이제 어떻게 하지?


화가 난거면 기다릴 수 있는데

기다린다고 달라질 것 같지가 않아.


전화번호를 주고받는 것.

서로 전화를 받아주겠다는 암묵적 약속.


하지만 그런 룰을 언제나 지키는 건 마음을 갖지 못한 사람만의 몫.


기다린다, 기대한다.

기다린다, 포기한다.

기다린다, 다시 초조해 한다.

기다린다, 미쳐간다.


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한다.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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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생각나서 그렇게 말할수만 있었다면 이렇게 오래걸리진 않았을 텐데

알고보니 그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말이었더라

하루종일 네 생각만 했어.

실은 100번이나 전화하려고 했어.

그런말들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이야기.

나한테 돈이라도 좀 빌려가지 그랬어.

그랬으면 핑계라도 있었을텐데.


그런 이야기 하려고 했거든

아. 어딜좀 가게될거 같다고. 출장으로 떠나지만 사나흘 쯤 여행도 할수 있을거 같다고.

해야 할일이 끝나고 다른사람들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면

나는 기차를 타고 거기서 한 두 시간 떨어진 시골 마을에 갈거라고

여행책에도 나와있지 않은 그런마을

지도는 없지만 그래도 괜찮을거야. 걷다가 "어? 여기가 아닌가 보네?"

돌아서 걸으면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만큼 작은곳이니까

그런데에서는 길을 잃을 수 없으니 너도 얼마든지 돌아다닐 수 있을텐데


지금쯤 그 지역은 햇살이 굉장하대

볕이 좋은곳은 잔디가 조금 말라있고. 눈이 부시고

그러다가 그늘로 들어오면 흙은 축축하고.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겠지

너는 조심해야할거야. 극장에 들어가면 항상 계단에서 발을 헛딛으니까


그런이야기 하려고 한달 전 쯤 전화를 했었어.

아니, 솔직히 말하면 네 번호를 찾아서 누르긴 했는데

연결음도 못듣고 끊었어. 그때라도 전화했으면 달라졌을까?


아까 너도 날 봤다는거 알아.

내가 아는 척도 못하고 고개를 돌린건, 아직도 네가 미운게 아니라 너무 화가 났었어.

이렇게 빨리 너한테 다른 사람이 생길 줄 몰랐어. 아니지.. 생각하면 빠른것도 아닌데

넌 괜찮은 사람이고, 난 연락도 안했고

그러니까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데

그냥 생각나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만 있었으면 전화를 걸 핑계같은거 난 도대체 그런게 왜 필요했을까?


미움은 가장 빨리 사라졌고, 오해는 저절로 풀렸고

원망은 성급했던 나에게로 향했으니 

다시 다가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핑계를 만들지 않는 용기

어쩌면 그것 하나뿐이었는데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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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래. 어."

"어? 아냐아냐 듣고있어."

"아.. 어.. 어.. 내일이나 모레나..."


아까부터 TV속 걸그룹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 전화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고있는 남자.

전화기 저쪽의 여자는 결국 버럭 하고 맙니다.

"그래서 언제라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 야!!"


그제야 정신을 퍼뜩 차린 남자가 다시 전화기로 돌아옵니다.

"아.. 미안미안. 내가 잠깐 딴 생각하느냐고. 내일 중요한 일이 있어가지고..."


변명이라고 하는 말도 참. 일곱살 띵똥에게도 안먹힐 말이 여자친구에게 통할리가 없죠.

"중요한일 좋아하시네. 또 누군데? 애프터스쿨? 시크릿? 시스타?"

"아니야.. 내가 뭐 그리 어린... 아우~ 야 나 그런사람 아니야. 너 나 알잖아"


알죠. 잘 알아서 여자는 그냥 웃고 맙니다.

"됐어 됐어, 그냥 실컷 봐. 어쩌겠니 너도 이제 아저씨인데. 아휴.. 아저씨들이 다 그렇지 뭐"


이 너그러운 대꾸. 이번에는 남자가 오히려 마음이 상합니다.

"야. 내가 아저씨면 너는 뭐 아줌마냐? 너도 벌써 서른 셋이거든?"


그래도 여자는 여유만만. 

"아이구 쭈쭈. 10까지 밖에 못세는줄 알았는데. 그세 많이 늘었네?"

그러더니 헤헤 웃기까지.


"아 웃고 난리야? 나같으면 전화기 던지고 난리났을텐데... 이젠 질투도 안해?"



두 사람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었겠죠. 

길 묻는 웬 여자한테 친절하게 길을 알려줬다는 이유로 2박3일동안 빌어야 했던 날들.

길에서 우연히 아는 오빠를 오빠라고 불렀단 이유만으로 죄없는 전봇대를 걷어차고 발등에 시커멓게 멍까지 들었던 날들.

이젠 그만 만나자는 한마디에 세상 소주를 다 마시고 십이지장까지 토할뻔 했던 날들

이젠 그런날들은 다 가버린건가.

질투하지 않는 여자친구 때문에 기분이 묘해진 남자.


전화기 저쪽에서 다시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하고 좋은거같아 그치?

"뭔소리야? 늙는게 좋아?"

"아니, 네가 점점 달라지는 것도 신기하고, 달라진 네가 점점 좋은것도 신기하고. 나는 네 수업 다 빼먹고 내 과제 대신해주던 네가 참 좋았거든. 저녁만되면 집에 안보낼려고 별별 핑계 만들던 너도 좋았고. 근데 지금은 내일 걱정해서 술 좀만 마시는 네가 좋아. 아파도 꾸역꾸역 출근하는 네가 좋고. 다른 아저씨들 처럼 걸그룹 보면 정신 못차리는 그런 너도 좋아. 우리 그렇게 지내면 될거같지 않아? 너는 걸그룹 보며 침흘리고, 나는 독고진 보며 침흘리고 서로 쯔쯧쯨쯧 하며 침닦아주고. 그러다가 가끔 찌르르... 하기도 하고."


여자의 말들에 맘이 사르르 풀리던 남자.

다만 딱 한단어가 걸립니다.

"그래도 좋네, 근데 너 독고진 좋아하는구나. 아이고 난 그냥 별로던데. 몸은 좋더라. 몸은 근데 그냥 껍데기잖아."


세상엔 항상 예쁘고 멋진 것들이 많으니까. 사람들은 예쁘고 멋진것들을 좋아하니까.

하지만, 화려하고 멋진 불꽃놀이를 구경했던 어느 밤. 

내게 오래도록 남은 기억은 내손에 닿았던 그대 체온.

오래남는 따뜻함.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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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주 가끔 내게 전화를 걸고

내가 받을 시간도 주지않고 전화를 끊지 


몇초간 울리다가 끊어지는 그 벨소리가

내게 남겨준 희망인건지 아니면 내게 주는 벌인지

난 아직 그것도 몰라 


그때

모른척 놓아버렸던 순간

괜찮다, 이해한다 말하던 네 말을 다 믿는 척 하며

울음보다 더 가여웠던 네 표정을 못본척 하며

설마 내가 너 없이 못살진 않겠지

못된 마음으로 돌아섰던 그 순간

그때가 가슴에 얹혀서

나는 자다가도 마음이 아팠어


그런 새벽 몸을 일으켜 생각을 하면

마음만큼 머리도 아팠지


세탁소 옷걸이들 처럼

하나를 당기면 엉켜있던 다른것들가지 쏟아졌어

너를 만나고 싶다' 그 한가지 생각을 끌어내면

묻어놨던 다른 생각들이 우르르..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결국 풀리긴 할까

우린 너무 다른데,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달라질 수 있을까

누군가와 이야기 해보고 싶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사람

생각나는 사람은 너밖에 없었고 


너는 아주 가끔 내게 전화를 걸지

받을 수도 없지만 전화가 끊어질때까지 꼼작할 수도 없어

지금 막 끊어진 이 벨소리가 희망인건지

아니면 내게 주는 벌인지 난 그것도 몰라


하지만 내가 너였다면

그렇게 나쁘게 떠난 나한테 전화를 걸었을까

내가 정말 밉다면

다시 보고싶지 않다면 너는

전화하지 않았을 거잖아 


나는 오늘 너한테 전화를 하려고 해

안녕 나야'

그러곤 나 아무 말도 못할거야

너는 뭐라고 대답할까


받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나는 걸어보려고 해 


-


안녕 나야

미안해

그동안 아무 답도 준비 못했어

엉켜있는 옷걸이들 다 들고 여기로 왔어

나는 그냥..

네가 너무 보고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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