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MBA, 미국 MBA 안부럽네

오는 8월 17일 졸업을 앞둔 서울대 글로벌 MBA 1기생들은 평균 50% 오른 연봉으로 전원 취업을 마쳤다.

서울대 경영대학 측은 "MBA 수강생들은 졸업 6개월 전부터 기업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아왔으며, 특히 연봉은 입학 전과 비교해 보너스 등 인센티브를 감안하지 않고도 평균 50% 이상 올라갔다"고 밝혔다.

서울대가 작년 8월 국내 '토종 MBA'로 첫 입학생을 받은 지 1년 만에 제1기 졸업생을 낸다.

'해외 명문 MBA에 못지않은 국내 MBA 정착'을 내세웠던 서울대 MBA가 이처럼 취업 측면에서 기대 이상의 출발을 함에 따라 이 같은 성공이 서울대를 기폭제로 여러 대학에서 잇따라 설립한 토종 MBA 전반에 파급될지 주목된다.

◆ 해외 명문 MBA에 뒤지지 않는 연봉 상승률

= 글로벌 MBA 졸업생 A씨는 입학 전 IT업체에서 받은 연봉이 4000만원 정도였으나 졸업과 함께 연봉 8000만원을 받고 금융기관으로 스카우트됐다. '몸값'이 1년 만에 100% 훌쩍 뛴 것이다.

글로벌 MBA 과정을 수료한 전체 39명(평균 연령 31세, 남성 28명) 가운데 순수 취업대상자는 듀크대학 진학생(2명) 등을 제외한 34명.

이 중 절반이 넘는 58%가 도이체방크 등 외국계 투자은행이나 국내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에 취업했으며, 연봉은 입학 전보다 평균 50% 이상 올랐다.

약 23개월 직장을 다니면 MBA 과정 이수를 위해 들어간 학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학 측은 보너스 등 성과급까지 고려하면 실제 연봉 상승률은 50%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록 1기 졸업생에 대한 결과지만 평균 연봉 50% 상승은 해외 명문 MBA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치다.

지난 1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10위권 글로벌 MBA의 평균 연봉은 14만8609달러였으며, 졸업 후 3년간 총 연봉 상승률은 127%에 달했다. 이를 1년 단위로 환산하면 42% 정도다. 서울대가 첫해 50%를 기록했으니 연봉 상승률 측면에서는 세계 유수의 대학을 제친 셈이다.

◆ 입학 후 새로운 진출로 열려

= 이현주 씨(32)는 대학 시절 음악을 전공했으며 이후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다 서울대 MBA에 입학했다.

하지만 MBA 과정을 이수하면서 2개월 동안의 인턴 근무를 거쳐 오는 8월 도이체방크에 정식 입사할 예정이다.

공대 출신인 김도영 씨(31), 백승일 씨(28) 역시 외국계와 국내 금융기관으로 전직에 성공한 사례다.

취업 결과에 따르면 졸업생 절반 이상이 전혀 직무 경험이 없는 새로운 분야로 직업을 옮겨 국내 MBA가 비단 연봉 상승뿐 아니라 새로운 직업 분야를 개척하는 수단으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적으로 금융기관 경험자는 입학 전 6.5%에 불과했으나 졸업 후 58%에 달했다.

이 밖에 본국으로 돌아가 취업할 예정이던 외국인 학생들도 국내 기업에 입사하는 등 해외 우수 인력 유치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베이징대를 최연소로 졸업한 마틴 펑 씨가 불과 28세 나이로 국내 모 금융기관 과장으로 채용된 것이 좋은 예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 학장은 "국내 MBA 중 세계 명문 MBA의 교수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곳은 오직 서울대뿐"이라며 "영어로 자유롭게 협상을 할 수 있고 10년, 20년 후 우리 기업을 이끌어나갈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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