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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 (35)
zyint's blog
하나로 시작된 여러개의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혀드는 밤이면 그 생각의 미로 속에 내가 갇혀 버릴 때가 있다한참을 헤매다 누구든 날 여기서 좀 꺼내달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차마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두려워서.그렇게 이렇게 나 혼자라는 사실 확인하게 될것만 같아서. 신경숙 작가의 소설 에서 주인공 연은 말했다."가끔은 왜라고 묻지않는것 자체가 고마울때가 있다"고어쩌면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일일지도 오히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일은침묵속의 공감을 통해 이뤄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말은 때때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어떤 상황이나 감정을 틀안에 가두고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을 그리고 내 스스로를 규정짓게 만든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은 곧 내가 된다...
나라마다 시차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할때가 있습니다.덕분에 우리가 오늘을 살고있을 때 지구 저쪽편 어느나라에서는 어제를 살기도 하구요.우리는 지금 밤이지만 어딘가에서는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죠. 더 신기한건 그렇게 다른 시간을 살고있는 우리가 같은 시간에 얘기를 나누고 있다는 겁니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시간속에 사람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시차는 존재합니다.이 시간만 해도요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에겐 하루를 정리하는 밤이겠지만밤근무를 나가는 누군가에겐 지금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일 수 있구요 해야할 일은 많은데 여전히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졸음이 밀려오는 오후 4시처럼 노곤한 시간이겠죠?보이지 않는 시간의 틈. 그 시차 때문에 누군가는 만나고, 누군가는 헤어지고, 누군가는 엇갈립..
30분, 40분, 50분책을 읽다가 커피 한모금을 마시고, 전화기를 확인해보고어쩐지 근심스러운 얼굴을 한 여자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시간, 한시간 반, 두시간여자가 짧지않은 소설을 반도 넘게 읽었을 즈음마침내 카페 안으로 남자가 숨차게 들어섭니다"아구 미안해 많이기다렸지 미안. 막 나오려는데 갑자기 연락받아가지고 안가볼 수 없었어" "친구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말에 급히 병원에 다녀오느라..."약속에 많이 늦어버린 남자는 너무 오래 기다린 여자에게 미안해서 어쩔줄 모릅니다. "무슨소리야, 당연히 가봐야지. 더 같이 있어야하는데 나때문에 온거 아냐? 안그래도 되는데" "아냐아냐, 친척들도 오시고 해서..." 대답을 하다 말고, 여자의 마음이 고마워 그 손을 꼭 잡아보는 남자.잠시 그렇게 말..
어떤 물건이든 저마다 견딜 수 있는 힘의 한계점이라는게 있죠.아무리 튼튼한 물건이라고 해도 그 이상의 힘을 받게 되면 깨지거나 부서지거나 일그러지거나 끊어지기 마련입니다. 마음에도 그런 한계점이 있는거 같아요.참고 또 참다가 "더이상은 못하겠어"확신이 드는 순간팽팽하게 잡고 있던 마음이 허무하게 끊겨버릴때가 있거든요내 마음과 정 반대방향으로 가해진 힘이 결국 감당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버린 겁니다. 이미 한쪽이 끊어진 마음이야 어쩔수 없다지만,문제는 학교 졸업 후에도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는 관성의 법칙이죠 갑자기 끊어진 마음 한쪽에는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힘이 남아있거든요마치 팽팽하게 늘어뜨린 고무줄을 자를때처럼내가 쏟은 마음만큼의 아픔이 고스란히 내게 돌아오는거죠그러고보니 혼자 아픈건 아니네요남..
지금도 너는 생각하겠지?그래봤자 내일이면 난 또 네 옆에 있을거라고.나 원래 힘든데 네가 말하면 나와줄거라고하지만, 이번엔 아닐거야.너한테 가끔 네가 필요한거 알아. "너 밖에 없다." 그런말은 참 듣기 좋았지.그게, 매일 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네가 왜 외로운지 몰라.내가 필요 없을 때 난 네가 뭘하고있는지 몰라.다른 어떤사람과 있는건지, 그럴 땐 어떤 얼굴인지.너도 나처럼 집에 혼자 있는건지. 넌 그래서 내가 좋았겠지.아무것도 모르고 필요할 때 있어주니까.내가 그 역할에 만족할 수 있었다면 그것도 좋았을텐데.난 그럴수가 없었어. "너도 친구들도 만나고 그래."며칠전 네가 그렇게 말했을 때 그래서, "아냐 난 너만 있으면 돼"내가 농담처럼 대답했을 때 네 표정을 기억해 낼수없는 짜증을 억누르던 얼..
길을 걷고 있는데 오랜만에 본듯한 낯익은 사람이 눈에 띕니다.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야! 반갑다"인사를 하고 보니 내가 아는 그사람이 아닙니다.사람을 잘못 본거죠.이럴땐 그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빨리 지나치는 수 밖에 없습니다.등에서는 식은땀이 쭉 흐르고 발걸음은 두 배로 빨라집니다. 분명 낯설지 않습니다. 들숨과 날숨의 온도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이 답답한 공기가만히 있어도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살얼음 동동으로 시작하는 모든 것들이 생각나는 이 뜨거운 날씨.아주 잠깐 '이 느낌 오랜만이다'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금세 '아차!' 싶은 마음도 들었죠. 사실 오랜만은 아니잖아요.우리가 알고있던 여름들과 비슷하긴 해도 지금 이 여름과 우리는 엄연히 초면이니깐요그렇다고 모른척 지나가기엔 이미 늦은거..
여름은 공포영화의 계절이죠.네. 개인적으로 저는 공포영화는 벌로입니다.무서워서라기보다는 보고있으면 좀 답답하거든요. 왜 꼭 주인공은 스스로 위험을 자초할까요?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되는데, 그 컴컴한 지하실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데,그놈의 호기심때문에 일을 만듭니다. 살면서 모든 의심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요?특히 끝이 뻔히 보이는 공포의 순간들은 되도록 피하는게 좋겠죠.이 밤에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도 그렇습니다.당연히 먹은만큼 몸무게 늘어났을텐데 굳이 눈으로 숫자를 확인해서 깜짝 놀랄필요 없어요. 또 혹시라도 예전 그사람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겼는지미니홈피, 블로그, SNS, 메시지, 확인하고 계신 분들그러다가 정말, 정말 괜찮은 사람 생겼으면 어쩌려고? 그리구요. 왜 갑자기 시계를보시나요.주말 다 지..
일본의 영화배우 겸 감독으로 잘 알려져있는 기타노 타케시.이사람의 한 때 꿈은 고급 스포츠 카를 타는 거였다고 합니다.결국 돈을 벌어서 꿈에 그리던 스포츠 카를 샀는데요 막상 차를 타고 보니까 실망스러웠대요왜냐하면 그 멋진 차의 외관이 정작 차안의 자신에게는 보이지 않았거든요. 잔뜩 꿈에 부풀어서 기대했던 순간이었는데,막상 닥치고 보니까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서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확실히 안에서 보는 모습과 밖에서 보는 모습은 다른거 같아요.연애도 그렇구요, 처음에는 좋아서 취미로 시작했던 일도 막상 내 직업이 되고나면 '아 이거 아닌데' 싶을 때가 있고일주일 내내 기다렸던 주말도 이시간쯤 되면 시시해지죠?그렇다고 계속 겉으로만 맴 돌순 없습니다.제일 좋은건 그 안에 있을 때 밖에..
쉼 없이 달려왔던 것 같은데 한동안은 참 많이도 바뻤던거 같은데.그동안 내가 무엇을 했을까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는 듯 공허하기만 하다까만 밤 내 목소리만이 웅웅 울리는 텅 빈 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한 소설가는 사람이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우리 인생은 반복 재생의 기능도 없을 뿐더러 재활용 할 기회 조차도 없기 때문이라고같은 순간을 한 세 번 쯤 살수 있다면 어떻게 살면 되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앞에 놓인 인생이란 언제나 만든 지 사흘정도가 된 완전히 새로운 것들뿐이라서 다들 어떻게 살아야하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어쩔수 없이 이기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같은 순간을 정말 세 번쯤 살 수 있다면 한번은 그냥 마음가는대로 살고,한번은 누군가를 위해서 살고,..
같은 물건도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집니다.아무리 좋은 차가 있어도 운전 면허가 없는 사람에겐 당장은 쓸모 없는 물건에 불과할거구요이제 한동안 옆에 끼고 살게 될 선풍기 역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창고 맨 구석 자리를 차지했던 애물단지 였죠. 좋은 차. 좋은 옷. 맛있는 음식. 우리는 뭐든 좋은 것. 맛있는 것에 집착하지만 사실 그것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아무리 좋은것이 있어도 정작 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물건에 지나지 않구요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혼자 먹거나 배가 부를땐, 그저그런 음식과 다를바 없죠. 결국, 모든건 그 대상에 문제가 아니라 상황의 문제입니다.금요일 밤 별다른 약속하나 없이 혼자 있는 것도 우리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구요단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
한 소설가는 말했다.우연이란 일상에서 스치고 지나가는 가벼운 사건들에 불과하지만,우연을 인연으로 해석할 줄 아는 사람에겐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소설속에선는 자주 있는 우연이 실생활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연의 의미를 자기에게 맞게 해석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속에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이 세상 어딘가에 자신과 꼭 닮은 100%의 연인이 있을거라고 굳게 믿으며 살고있는 소년과 소녀는어느날 우연처럼 길 모퉁이에서 마주친다.한 눈에 서로가 100% 연인임을 알아본 그들은 행복해하지만,그들에겐 곧 사소한 의심 하나가 생기고 만다.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다니, 혹시 우리가 100%의 연인이 아닌게 아닐까?"소년과 소녀는 실..
지난 밤, 무리해서 달려주고 하루 종일 숙취의 고통에서 시달리며 하는 말은 대게 비슷합니다."내가 다시 술 입에대면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저녁 6시간 되면 극뽁!한잔하자는 말에 좋다고 따라나가는 인간이길 포기한 나를 발견하곤 합니다. 세삼 우리 몸속에 가장 큰 크기로 자리잡고있다는 간 이라는 아이에게 한없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간은 참 놀라운 능력을 갖고있는 친구예요.장기중에 유일하게 재생능력을 갖고 있구요.알콜 해독기능을 포함해서 무려 500가지가 넘는 일을 하고 있다니까우리몸의 모든 기능에 관여한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고보니까 우리의 간과 사랑. 많이 닮았습니다.이별이라는 칼에 아프게 잘리기도.또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자라게하는 놀라운 재생능력.힘든 일도 모두 잊게 해주는 해..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내맘같을 순 없다는걸 알고있지만 서로 다른 마음 때문에 하루의 끝이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더러 있다.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될수 없다는 걸 잘 알고있지만, 그 누군가에게도 나쁜 사람이 되고싶지 않은 욕심 때문에 어느 작가는 말했다."결국 착하다는 건 순종한다는 의미와 가까운지도 모르겠다"고자신의 감정 따위는 모두 잊은 듯 꾸욱 꾸욱 누르며 살아야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좋은사람은 대부분 착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착한 사람이 모두 좋은 사람은 아니다.오히려 착하다는 굴레에 스스로 갇혀 사는 사람들은 그들을 아끼는 이들에게 더없이 나쁜 사람인 경우가 많다. 나에게 있어서 좋은 사람이란 모두에게 착한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은 물론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까지 희생시키는 ..
딱히 바쁜건 없는데 하루종일 이상하게 분주하고 뭔가 찜찜한게 꼭 중요한걸 잃어버린거 같은 그런 어수선한 날이 있죠?그런날엔 내 앞을 가로막는 것도 참 많습니다.차를 타고 가다 보면 꼭 내앞에서 신호가 걸리구요.전화를 거는 곳마다 받지 않거나 통화중이거나 그렇더라구요. 빨간색 신호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면서듣기 싫은 통화 연결음을 참아내면서 중얼거립니다."아, 오늘 왜이러지. 대체 나한테 왜이러는 거야"생각하다보니 날이 갑자기 더워져서,아침에 입고 나온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오늘 먹었던 점심이 너무 맛이 없어서 같은 변변찮은 이유들이 하나씩 떠오르긴 합니다.거기서 생각을 멈추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어야 했는데, 괜한 이유를 자꾸 생각하다 보면 쓸대없는 생각을 툭하고 건들일 때가 있습니다. 이젠 되돌릴..
내가 전화 그렇게 많이 했는지도 몰랐어.나는 네가 안받으니까. 네가 왜 그렇게 싫어하는 지지금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 지 다 알겠는데.아까는 그런 생각을 못했어. 이상하다. 전화를 왜 안받지?무슨 사정이 있나?아닌데. 그래도 이렇게 계속 안받을 리가 없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거 같다는 생각.. 사고가 났나?지난번처럼 핸드폰을 어디다 흘렸나?나쁜 사람이 그걸 주운 건 아닐까?혼자서 받으러가면 안되는데... 생각해보니까난 네가 사는 집도 모르고, 네 친구들 번호도 모르더라.왜 그런 것도 안 알아놨을까?정말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면 내가 닿을 수 있는 건 핸드폰 밖에 없는데. 10통도 넘는 부재중 전화.그런 걸 싫어할 수도, 무서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아까는 못했어. 미안해. 그렇지만 넌 그런 적 없..
알고있으면서도 자꾸 잊어버리는 사실 중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남의 일은 쉬워보이지만, 그게 막상 내 일이 되고보면 죽을만큼 힘들수도 있다는 거 말은 참 쉽습니다."야 좋으면 고백해.왜이렇게 끙끙 앓아""야야 헤어져. 그렇게 힘든데 왜만나냐.""외로우면 누구든지 만나. 여자가 없냐. 세상의 반이 여자인데" 그 말을 듣는 입장에서는 남의 속도 모르고 말 참 편하게 한다 싶지만그렇다고 왜 내맘을 몰라주냐며 나무랄 순 없습니다.막상 내가 그 친구였어도 똑같은 말을 해줬을거 같거든요.그러니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지금 나한테 죽을만큼 힘든 일이 남에겐 참 쉬운 일일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다보면 답이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죠?오늘이 키스데이라고 합니다.FM음악도시 성시..
그냥 생각나서 그렇게 말할수만 있었다면 이렇게 오래걸리진 않았을 텐데알고보니 그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말이었더라하루종일 네 생각만 했어.실은 100번이나 전화하려고 했어.그런말들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이야기.나한테 돈이라도 좀 빌려가지 그랬어.그랬으면 핑계라도 있었을텐데. 그런 이야기 하려고 했거든아. 어딜좀 가게될거 같다고. 출장으로 떠나지만 사나흘 쯤 여행도 할수 있을거 같다고.해야 할일이 끝나고 다른사람들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면나는 기차를 타고 거기서 한 두 시간 떨어진 시골 마을에 갈거라고여행책에도 나와있지 않은 그런마을지도는 없지만 그래도 괜찮을거야. 걷다가 "어? 여기가 아닌가 보네?"돌아서 걸으면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만큼 작은곳이니까그런데에서는 길을 잃을 수 없으니 너도 얼마든..
매일 열심히 공부했지만 시험은 잘 못본 학생이 있구요,평소에 놀다가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시험은 잘 본 학생이 있습니다.자, 여러분은 이 둘 중에 누가 더 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려운 문제죠.결과냐 과정이냐뭐, 결과가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무시할 순 없으니깐요.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결과만을 놓고 그 과정을 멋대로 유추한다는데 있습니다."시험 잘봤으니까 넌 공부를 열심히 했겠구나.""시험 못봤으니까 넌 공부를 열심히 안했겠구나"라고 쉽게 치부해버리는 거죠. 결과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과정이 없는 결과는 딱 거기까지예요.오늘 운이 좋았다고 내일도 운이 좋으리라는 보장이 없거든요.반면에, 우리가 쌓아온 과정에는 언제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숨어있습니다.자, 오늘도 한 발 한발 쉬지 않고 걸어온 그..
내 발에 내가 걸려서 넘어질 때 가끔 있죠.아픈 것도 아픈거지만 그 기분이 참 그래요.차라리 다른 것에 걸려 넘어졌으면 화풀이 할 대상이라도 있을 텐데.이건 뭐 내발에 내가 걸려 넘어졌으니 어디다 화도 못내구요. 그렇게 내 자신이 바보같을 수가 없습니다. 월요일부터 "야~ 주말오면 해야지" 다짐했던 일들이 이제 하나 둘 생각이 납니다.그와 동시에 내일해야할 일들의 압박이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오죠.금요일 쯤엔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거 같은 기대감도 있었는데 이번 주말도 그냥 이렇게 지나가네요.이럴줄 알았으면 이렇게 놀지 말고 푹 쉬기라도 할 걸.주말동안 내가 쓴 돈과 내가 먹은 음식들의 칼로리 계산하고 있으려니까아침에 발에 내가 직접 걸려 넘어진 기분이 듭니다.어쩌겠습니까. 이왕 넘어진거 툭툭 털고 일어나..
육지에 나무늘보가 있다면요, 바다이는 이 개복치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얘는 덩치만 컸지 매사에 너무 둔해서 지가 잡히는 줄도 모르고 잡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더라구요.한 번에 무려 2~3억개의 알을 낳지만 나몰라라 하는 탓에 살아남는 알이 거의 없다고 하구요그래서인가요. 이 개복치의 정식 명칭이 라틴어로 몰라몰라 라고 하네요몰라 몰라~ 참 무책임한 생선이네요. 몰라몰라 개복치그래두요 그렇게 살면 속은 편하겠다 싶습니다. 세상엔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일들이 많죠.깨알같은 데이트에 행복하는 친구의 문자.뭐 지난주 일찌감치 개장한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벌써 135만명의 인파가 다녀갔다는 배아픈 이야기그리고 가뜩이나 쓰린 가슴에 소금을 뿌리는 토요일 밤도 이제 두 시간 밖에 안남았다는 사실 같은건 차라리 몰..
평소엔 잘 모르고 지나쳤던, 누군가의 배려가 한없이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어느 밤, 가지런히 정리돼 있는 침대 위에 누워 까슬까슬하게 잘 말려진 새 이불의 냄새를 맡을 때, 내 방에 놓인 가습기가 매일 같은 눈금으로 채워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소리없이 한결 같은 그런 엄마의 마음이 느껴질 때. 이정록 시인의 라는 시에서 시인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인다고.꽃도 열매도 의자에 앉아있는 거라고참외밭의 지푸라기를 깔아주고 호박의 똬리를 받쳐주는 것도 그것에 맞는 의자를 내어주는 거라시던 시인의 어머니는"사는 것도 별게 아니다. 그늘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개 내놓는 거다"하셨다. 그 말들이 오늘 새삼 아프게 읽힌다.왜 어머니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눈..
연인들끼리 다툴 때 이런 말 자주하죠."그래, 뭐 이해는 해. 하지만 ..." 늘 이 '하지만'이 문제입니다. 이 말 뒤에 따라오는 말들은 그게 무엇이든 앞서했던 이해를 다 덮어버리거든요. 이해한다는 건 받아들인다는 겁니다.한 번 받기로 마음먹었으면 그걸로 끝내야죠. 말로는 이해한다면서 그 뒤에 '하지만'이라고 덧붙이는 말들은 받은 것을 다시 돌려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결국은 이해하는게 아닌거죠. 사실 100 퍼센트 누군가 이해한다는 건, 그 사람이 되기 전까지는 불가능한 일입니다.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그사람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똑같이 느낄 순 없으니까요그래도. 기꺼이 그 마음을 들어주고 받아줄 순 있습니다.내 가족이니까, 내 친구니까, 내 사람이니까.FM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
예전엔 주로 가슴 아픈 이별 장면을 보고 바보처럼 울곤 했었는데 요즘은 그 반대다. 매번 오해하고, 투닥거리는 드라마 속 두 주인공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단순이 부러워서는 아닌데.. 왜 그런걸까. 어느 시인이 말했다. "슬픈 것이 다 아름답지는 않은데, 아름다운 것들은 주로 슬프다." 고 왜냐하면 아름다운 것들은 대부분 손에 쥐어지지 않으니까, 가질 수 없으니까 슬픈 거라고. 사랑이 슬픈 이유도 그런 거 아닐까. 너무 갖고 싶을 만큼 내 앞에서 예쁘게 반짝거리는데 손을 뻗으면 자꾸 달아나니까. 좀처럼 손에 쥐어지지가 않으니까. 결국, 사랑이란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쉽게 변하는 마음을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그걸 알면서도 그 ..
어렸을 땐 뭐든 새로운 게 제일 좋았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좋아했던 장난감도 새로운 장난감이 생기는 순간 저쪽 구석으로 밀려났구요.하다못해 새로운 연필 한자루만 생겨도원래 쓰던 연필은 필통에서 책상 서랍으로 자리가 바뀌곤 했죠. 요즘은 새것보다 늘 쓰던 것들이 훨씬 더 좋습니다.옷도 날이 바짝 선 새옷보다는 적당히 구겨진 제 옷이 더 편하구요. 특히 휴대전화같은 새로운 기기들..처음에는 신기하니까 좋은데익숙해질때 까지가 너무 불편하더라구요. 그러고보면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습니다.익숙해졌다는 건 이미 그것에 길들여졌다는 뜻이죠?아마 그래서 자꾸 새로운 걸 밀어내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또 다시 익숙해질까봐.. 익숙했던 그 무엇이 사라졌을 때의 당혹감을우린 잘 알고 있으니까요. 가끔 ..
오늘 내가 했던 말들에 대해 생각해본다내입을 떠나 공기를 타고 바람을 타고 누군가에게 전해졌을 그 말들이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지.오늘 내가했던 말들을 조심스럽게 따라가본다.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은 나무가 너무 많이 자라서 불편하거나 쓸모가 없어졌을 때 톱이나 도끼로 잘라버리는 대신 부족민들이 모여서 그 나무에게 크게 소리를 지른다고 한다. "넌 살 가치가 없어, 우린 널 사랑하지않아. 차리라 죽어버려"같은. 나무에게 상처가 될 말들. 그러면 얼마 안가서 나무는 시들시들 힘을 읽고, 종국엔 말라 죽어버린다는 것이다.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그저 단순히 "그래. 그럴수도 있겠다"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은데 오늘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그냥 한번에 잘라 버리지. 너무 잔인하잖아" 나무에게..
둘 중 꼭 하나를 선택해야할 때, 우리는 나머지 하나를 버려야하는 아픔을 감수해야 합니다.그러니까 더 냉정하게 따져봐야죠.나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나에게 무엇이 더 이득인지. 조목조목 따져보고 선택해야 후회가 없을테니까 매주 수요일 목요일 밤마다 누군가는 이런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독고진이냐 성시경이냐. 그래요 뭐. 저는 독고진처럼 카리스마 넘치지도 않구요무슨옷이든 그렇게 잘 어울릴만큼 몸이 좋지도 않습니다.독고진처럼 "띵똥" 한마디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없고그렇게 귀엽게 웃기지도 못할겁니다. 하지만, 독고진이 여러분의 이야기 들어주나요?독고진이 여러분들의 이름 불러주나요?독고진 보면서 일할 수 있어요?여기서는 뭐든 다 가능합니다. FM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
"어.. 그래. 어.""어? 아냐아냐 듣고있어.""아.. 어.. 어.. 내일이나 모레나..." 아까부터 TV속 걸그룹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 전화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고있는 남자.전화기 저쪽의 여자는 결국 버럭 하고 맙니다."그래서 언제라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 야!!" 그제야 정신을 퍼뜩 차린 남자가 다시 전화기로 돌아옵니다."아.. 미안미안. 내가 잠깐 딴 생각하느냐고. 내일 중요한 일이 있어가지고..." 변명이라고 하는 말도 참. 일곱살 띵똥에게도 안먹힐 말이 여자친구에게 통할리가 없죠."중요한일 좋아하시네. 또 누군데? 애프터스쿨? 시크릿? 시스타?""아니야.. 내가 뭐 그리 어린... 아우~ 야 나 그런사람 아니야. 너 나 알잖아" 알죠. 잘 알아서 여자는 그냥 웃고 맙니다."됐어 됐..
세상엔 부러운 사람이 참 많습니다. 나보다 잘생긴사람. 나보다 공부잘하는 사람.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 그게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걸 갖고 있는 사람.그렇게 부러운 사람들을 하나하나 헤아리다 보면 문득, 나는 가진게 없는 초라한 사람이 되곤 하죠. 그런데요, 생각보다 우린 참 많은걸 갖고 있습니다. 그중엔 한 때 내가 부러워했거나 간절히 원했던 것도 있죠.다만 지금은 그때처럼 절실하지 않을 뿐 입니다.왜 욕심이라는게 그렇잖아요. 내것이 아니었을 때에는 그저 부럽고 갖고 싶고 끝없이 동경하게 되는데그런데 막상 내것이 되고 나면 금방 시시해지고 다른것도 뭐 없나 마음이 돌리게 되고내일보다는 지금이 중요하다고, 뭐든이 있을 때 잘해야한다고 버릇처럼 되새기지만, 마음을 가득채운 욕심은 우리의 눈과 귀를 자꾸 가..
너는 아주 가끔 내게 전화를 걸고내가 받을 시간도 주지않고 전화를 끊지 몇초간 울리다가 끊어지는 그 벨소리가내게 남겨준 희망인건지 아니면 내게 주는 벌인지난 아직 그것도 몰라 그때모른척 놓아버렸던 순간괜찮다, 이해한다 말하던 네 말을 다 믿는 척 하며울음보다 더 가여웠던 네 표정을 못본척 하며설마 내가 너 없이 못살진 않겠지못된 마음으로 돌아섰던 그 순간그때가 가슴에 얹혀서나는 자다가도 마음이 아팠어 그런 새벽 몸을 일으켜 생각을 하면마음만큼 머리도 아팠지 세탁소 옷걸이들 처럼하나를 당기면 엉켜있던 다른것들가지 쏟아졌어너를 만나고 싶다' 그 한가지 생각을 끌어내면묻어놨던 다른 생각들이 우르르..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결국 풀리긴 할까우린 너무 다른데,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달라질 수 있을까누군가와 이야기..
무인도에 표류한 로빈슨 크루소우가 정신을 차리고 가장 먼저 깨달은건 자신이 시간을 잊은 채 살고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그래서 벽에 표시를 하죠. 한달이 지났는지 일년이 지났는지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영원이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것만 같아서.길었던 연휴가 쭉 이어진 하루처럼 느껴지는 지금. 우리는 시간이 잊은 채 살아온 로빈슨 크루소우의 심정이 됩니다."뭐야. 벌써 연휴가 끝난거야? 난 그동안 뭐한거지?"그리고 깨닫게 되는 더이상 이곳에 머무를 수 없다는 현실은 후회로 몰려들죠."아~ 어디가서 좀 가까운데라도 여행이라도 갈걸.""못 읽은 책이라도 읽을 걸""대청소라도 할 걸"연휴는 아무리 좋아도 영원히 머무를 수 없는 무인도입니다.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육지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겠죠.저 앞에 뗏목은 이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