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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yint's blog

110610금 - 평소엔 잘 모르고 지나쳤던, 누군가의 배려가 한없이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본문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오늘에 남기다

110610금 - 평소엔 잘 모르고 지나쳤던, 누군가의 배려가 한없이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진트­ 2013. 2. 4. 21:05

평소엔 잘 모르고 지나쳤던, 누군가의 배려가 한없이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어느 밤, 가지런히 정리돼 있는 침대 위에 누워 까슬까슬하게 잘 말려진 새 이불의 냄새를 맡을 때, 

내 방에 놓인 가습기가 매일 같은 눈금으로 채워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소리없이 한결 같은 그런 엄마의 마음이 느껴질 때.


이정록 시인의 <의자>라는 시에서 시인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인다고.

꽃도 열매도 의자에 앉아있는 거라고

참외밭의 지푸라기를 깔아주고 호박의 똬리를 받쳐주는 것도 그것에 맞는 의자를 내어주는 거라시던 시인의 어머니는

"사는 것도 별게 아니다. 그늘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개 내놓는 거다"

하셨다.





그 말들이 오늘 새삼 아프게 읽힌다.

왜 어머니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늘 당신이 앉아 편히 쉴 의자보단

당신이 내어줘야 할 의자가 먼저 보이는 걸까.

아픈데 세상이 다 의자로 보일만큼 아픈데도, 어머니는 자신이 앉을 의자를 기꺼이 가족들에게 내어주고 홀로 서있다.


그러면서도 더 좋은 곳에 더 편안한 의자를 내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신다.

내가 아프고 힘든게 늘 먼저인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어머니가 내어준 그 의자에 앉는다.

힘들게 서있는 사람은 보지도 않고, 의자가 너무 딱딱하다고 불평하면서.


어른이 되고 세상속의 크고작은 벽들과 싸워가면서 아주 조금씩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게 될 줄 알게된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제 자식 걱정 하지 마시고, 두 분의 인생을 즐기세요."

물론 진심으로 부모님을 위해 했던 말이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마저도 우리의 이기심이었던것 같다.

그래야 마음편히 두 분을 모른척 할 수 있으니까.

그래야 두분과 상관없이 행복한 우리가 덜 미안할 테니까.


시간이 흐를수록 받은 마음은 점점더 많아지는데,

갚을 시간은 점점더 줄어들고, 

우리는 여전히 우리 생각만 하느라 바뻐서 두분이 잠시라도 편히 쉴 튼튼한 의자 한 번 되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오늘에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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