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05-13 18:03
관리 메뉴

zyint's blog

2008-04-18 그녀 입에 걸려있는 저주 본문

예전글들

2008-04-18 그녀 입에 걸려있는 저주

진트­ 2008. 4. 24. 21:05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봄바람을 몰고 온 듯 했어요. 향긋했죠.
찰랑이는 그녀의 머리카락, 나풀거리는 치마.
그녀의 두 눈엔 꼭 만화영화처럼 무엇인가 반짝이는 것들을 담고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녀를 바라보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녀가 내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 길이 너무 막혀서요. 많이 늦을까봐 되게 후달렸어요."

 

조금 놀랬지만 경황이 없어서 나는 방금 전에 그녀가 뭐라고 했는지를
마음에 담아둘 새가 없었습니다. 잘못 들었을수도 있구요.

 "꽃놀이 땜에 그런지 길이 오방 막히더라구요."

 

잘못 들은 거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뭐 그럴수도 있지.
나는 얼른 덮어주고 싶었어요.
실수라는 것도 있으니까.
마음이 산만하다보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를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나도 친한 친구들 만나면 더 험한 말도 많이 하니까...

"근데 이 집 인테리어 좀 구리죠? 돈 좀 갖다 바르지."

 

뭐가 잘못돼서 신은 저 여자 입에 저주를 내린걸까?
나는 들떴던 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도 애써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눠봤어요.
다 소용없는 짓이였습니다.

 

"저기 스트레스는 뭘로 푸세요? 저는우리집 푸푸랑 노는데... 푸푸가 우리집 개거든요.
근데 혹시 개 짜증내는 거 보신 적 있으세요? 내가 물파스 뚜껑 안 닫고 놔뒀는데
푸푸가 것다 코를 갖다 댔나 봐요. 물파스가 코에 닿으니까 얼마나 따가웠겠어?
사람코도 아닌 개콘데... 어흐~ 나는 그렇게 짜증내는 거 첨 봤어. 저게 개짜증이구나."

 

한 30분 정도 얘기하다가 우린 헤어졌습니다.
못 앉아 있겠더라구요.
나도 더 이상 잘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고...
막판엔 나도 막 나갔어요.

 

 

여: "뭐 좀 재미있는 얘기 없어요?"
남: "음.. 성대모사 하나 해드릴까요?"
여: "아 네."
남: "장동건 성대모사요."
여: "오브 코오스."
남: "제 얼굴 보면서 들으시면 더 실감나요. 할께요."
여: "네."
남: "나의 사랑 그대와 영원히~"
여: "똑같다. 어머 쩐다, 쩔어. 어머!"

 

그게 우리들의 끝이였어요.
어떤 왕자가 나타나서 그녀 입에 걸려있는 저주를 풀어줄지 몰라도 그게 나는 아니니까요.

여 

괜찮은 남자를 만났습니다.
날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유머감각이 좀 깨지만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내일쯤 연락이 오겠죠?
뭐... 안 오면 내가 해볼라구요.
어차피 전화번호는 땄으니깐요.

 

원문

http://imbbs.imbc.com/view.mbc?list_id=3058301&page=1&bid=ad46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