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위피' 논란 어떻게 풀까
소비자선택권-산업육성 딜레마 … 언론 보도 '분분'

2007년 03월 29일 (목) 14:53:04 김종화 기자 ( sdpress@mediatoday.co.kr)


“무선인터넷도 안되는 3세대 휴대폰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한 기업의 야망 때문에 업체들이 어렵사리 합의한 ‘위피’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머니투데이 1월22일자 <3G 경쟁에 멍드는 ‘위피’>)

“산업육성이라는 정부의 정책목표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 받는 방식이어서는 안될 것이다.”(문화일보 3월23일자 <‘위피’ 시장경제가 해답이다>)

한국형무선인터넷플랫폼 ‘위피’(WIPI·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를 뺀 단말기 출시를 허용해달라는 KTF의 요청에 대한 정보통신부 결론을 앞두고 언론보도 방향도 분분하다.

위피는 이동통신업체들이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해 국가적 낭비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2005년 4월부터 새로 출시되는 모든 단말기에 위피 탑재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동전화를 사용하는 고객 10명 중 9명은 무선인터넷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TF는 3.5세대 휴대폰 시장에서 앞서가기 위해 위피 없는 단말기 출시를 요구하는 반면, SKT는 현 위피 탑재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위피진흥협회·무선인터넷솔루션협회·콘텐츠산업연합회 등 모바일 솔루션·콘텐츠 관련업계 역시 위피 뺀 단말기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소비자선택권을 고려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디지털타임스는 지난 21일자에서 “무선인터넷 기능을 지원하지 않은 휴대폰에는 위피 뿐만 아니라 (미국 퀄컴의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브루, 심비안 등 그 어떤 플랫폼도 탑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무선인터넷 기능을 지원할 때는 위피 탑재를 기본 의무화하면 된다”는 보다 명쾌한 해법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 통상마찰까지 벌이면서 어렵게 얻어낸 데다가 국내 모바일 콘텐츠·단말기업체들의 명운이 달린 정책을 바꾼다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최근 정통부가 위피 뺀 단말기 출시를 허용하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리든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3월1일부터 상용서비스에 들어간 KTF의 3.5세대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서비스 ‘쇼’(SHOW) 가입자는 지난 25일 기준으로 4만91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통부가 위피 뺀 단말기 출시를 허용할 경우 만년 2위 KTF가 SKT를 앞설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KTF와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는 SKT는 오는 29일 전국망 서비스 출시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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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잠망경]구멍뚫린 '위피' 정책

소비자 선택권과 맞바꾼 위피..산업타격,시장혼란 우려

정보통신부는 왜 모든 휴대폰에 위피(국산 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 탑재를 의무화하지 않기로 했을까. 위피 탑재 의무화를 고민하던 정통부는 지난달 30일 앞으로 무선인터넷 접속기능이 없는 휴대폰은 위피를 빼고 팔아도 되고, 무선인터넷 접속기능이 있는 휴대폰은 위피를 반드시 탑재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정통부는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위피 정책을 유지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무선인터넷 이용자가 전체 이통가입자의 47%에 불과한 현실에서 무조건 위피 탑재를 의무화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위피 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정통부의 이번 결정으로 '위피'의 장벽은 사실상 무너지게 생겼다. 3.5세대 고속영상이동전화(HSDPA) 시장경쟁이 본격 점화된 시점에서 내려진 결정이기 때문에 시장파장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당장 KTF는 대리점 입고를 마친 3만대 가량의 '무늬만 위피' 휴대폰의 판매를 시작할 것이다. 30만원대 휴대폰에 보조금까지 실어서 판매하면 소비자는 거의 공짜로 3세대 영상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다. SK텔레콤도 위피를 뺀 휴대폰의 판매를 서두를 것이다. HSDPA 시장에서 SK텔레콤과 KTF의 공짜폰 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HSDPA 시장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시장도 위피를 뺀 휴대폰의 판매가 가능해졌다. '소비자 선택권 보장' 덕분이다. 4000만명의 이동전화 가입자 가운데 HSDPA 가입자는 40만명도 안된다. 소비자들의 저가휴대폰 요구는 오히려 CDMA 시장에서 더 많다.

그동안 CDMA 가입자들은 보조금이 거의 금지된 시장에서 정부의 위피 의무화 정책에 따라 싫어도 비싼 위피 휴대폰을 구입해오지 않았는가. 공짜폰, 저가폰 경쟁이 HSDPA 시장에 머물지 않을 수 있음이다. '공짜폰'이 널렸는데 누가 돈주고 휴대폰을 사겠는가.

비단 위피만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가입자 정보를 담은 가입자인증모듈(USIM) 휴대폰도 해당된다. HSDPA 시장뿐만 아니라 CDMA 시장도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USIM을 허용해줘야 할 것이다. '위피' 의무화 족쇄를 풀어준 정통부가 USIM을 막을 명분이 없다. 이번 결정으로 정통부가 스스로 정책 명분을 훼손한 대가다.

정통부의 '산업과 기술' 진흥정책도 타격을 입게 것으로 우려된다. 수조원씩 투자한 비용을 회수는 커녕 오히려 이익을 갉아먹게 생겼는데 어느 사업자가 안락한 기존서비스를 버리고 신규서비스에 투자하겠는가. 이동통신사는 물론 휴대폰 제조사들도 이익감소가 불보듯 뻔하다. 국산제품이 내준 자리를 노키아, 모토로라같은 외산업체가 대신할 것이다.

때문에 '위피'는 단순히 소비자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해석할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2002년 12월 위피 휴대폰이 첫 등장하면서 지금까지 '위피'는 수차례 업그레이드를 거치면서 나름대로 기틀을 다져왔다. 위피는 서로 달랐던 이통 3사의 콘텐츠를 호환시켜 무선인터넷 가입자 시장을 키웠다. 시장이 커지면서 덩달아 무선인터넷 관련산업이 커지고, 국산 휴대폰 기술의 세계경쟁력도 높아졌다.

지난 2004년 미국 무역대표부를 앞세운 퀄컴이 '브루'로 위피를 흔들었지만, 그 해 4월 정통부는 오랜 협상끝에 '위피 온 브루'라는 성과를 얻었다. 그후 정통부는 상호접속기준 고시를 마련해 위피를 합법화시켰다. 이렇게 소비자를 위해 탄생한 위피가 다시 '소비자 선택권 보장' 명분앞에 구멍이 뚫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것이 '소비자 선택권 보장' 함정에 빠진 위피 정책의 자화상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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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피` 새로운 도약인가 도태인가] 위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자
우물안'위피'벗고 멀리봐야

한정된 시장서 경쟁 …투자도 제자리 걸음
솔루션ㆍ콘텐츠 모두 안착할수 있게 지원을

위피를 강하게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의 위피는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등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존재에 불과하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위피 프로젝트가 업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많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02년 정보통신부가 위피를 도입하면서 천명한 `이동통신사간 콘텐츠 호환'과 `세계화'라는 두 가지 목표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목표'로만 남아 있다.

위피를 탑재하지 않은 휴대폰 출시가 허용된 상황에서, 노키아의 `심비안'과 MS의 `윈도 모바일', 퀄컴의 `브루' 등과 겨뤄 위피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물 안 위피로는 안돼〓위피 의무화를 통해 매출을 증대시킨 업체는 많지 않다. 이통 3사가 각각 1~2개의 업체에 용역을 주면서 위피와 관련된 분야 전체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장에서 같은 플랫폼 용역을 놓고 경쟁하다 보니 용역비도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용역비를 받아 인건비를 감당하기도 빠듯하다"면서 "새로운 투자는 꿈도 못 꾸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과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위피 도입 이전, 국내 게임 콘텐츠 업계의 `브루' 관련 기술력은 세계 최정상급이었다. 그러나 위피에 올인하는 몇 년간 중국과 대만 업체들에 역전 당한지 오래다.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던 해외 매출이 지금은 10%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라며 "외국의 플랫폼에 맞춰 개발할 사람도 이젠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자율에 맡기자는 주장도 제기〓각 이통사가 출시하는 휴대폰을 보면, 위피에 대한 회사들의 비전을 알 수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모든 휴대폰에 위피 2.x 버전을 탑재하고 있지만, KTF와 LG텔레콤은 공개된 지 2년도 넘은 1.x 버전에 머무르고 있다. KTF나 LG텔레콤 입장에서는 SK텔레콤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위피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도 그다지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또, `이통사간 콘텐츠 호환'이라는 명분에 맞지 않게 이통 3사가 각기 다른 위피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위피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위피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차라리 기득권을 인정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브루나 심비안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위피 자체의 발전 방향은 SK텔레콤이 모색하도록 하고 나머지 업체들에는 별도의 플랫폼을 허용하자는 논리다. 이는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권부여는 물론 솔루션이나 콘텐츠 업체들도 콘텐츠의 해외 수출 등 다양한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위피 육성책 아닌 업계 육성책 시급〓위피의 방향성에 정통부의 의지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위피 자체의 운영은 이미 민간화 된지 오래다. 업체들이 모인 표준화 위원회를 통해 모든 사항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통부가 `무선인터넷〓위피'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솔루션과 콘텐츠를 아우르는 업계의 전반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화와 표준화에 대해 강력히 앞서나가는 업체가 있다면, ETRI나 TTA를 통해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무선인터넷 업계를 솔루션이라는 부분에만 국한하면 안 된다"면서 "실질적인 규모는 콘텐츠나 어플리케이션에서 발생하는 만큼 위피가 이들의 성장에 장애가 된다면 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임감 있는 정부의 태도가 필수적이다. 지난 2년 간 정부의 위피 담당 책임자는 5차례나 바뀌었다.

박건형기자 ar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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